•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잡담

펌) 여름을 나기위한 나폴리탄 괴담 몇가지

Software Software
108 3 2

지난번에 음갤에 올렸던 "당신만이, 행복하기를" 듣고서 나폴리탄/규칙서 괴담 생각나서 읽다가 몇개 재밌는거 가져와봤습니다 

문제될시 삭제

 

나폴리탄

 

지금 당장 그 건물에서 나오시길 바랍니다
이 규칙서가 어떤 방식으로든 귀하에게 도달하기를 빕니다.

이 규칙서가 어떤 방식으로든 귀하에게 도달해서 당신이 지금 이것을 읽고 있다면, 귀하가 지금 식물인간 상태이거나 무의식 상태/가사상태에 30일 이상 빠져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당신이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가사상태에 빠진 귀하가 꾸고 있는 아주 기나긴 꿈 같은 것입니다. 귀하가 지금 느끼는 학교나 직장 생활, 교우관계나 연인관계 등이 아무리 현실 같고 아무리 진짜 같더라도, 진짜 현실의 귀하의 몸은 현재 가사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는 귀하의 가족분들의 동의를 얻어, 부작용이나 사태의 악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후 이 규칙서를 당신에게 보냈습니다. 이 규칙서는 귀하가 식물인간 상태/가사상태에서 회복해 의식을 현실로 돌려놓는 데 도움이 될 지침입니다. 실제로 식물인간들이 기적적으로 깨어나거나 회복한 예가 세계 방방곡곡에서 심심찮게 있으며, 이 규칙서는 생환한 그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것이니, 부디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현실에서의 귀하의 가족분들이 기나긴 병수발에 질려 당신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기 전에 서둘러서 현실로 돌아와야 합니다.
이곳과 현실의 시간은 다르게 흐릅니다. 사람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으나 이 규칙서를 인식하는 순간부터 여기에서의 30분이 현실세계의 1년 정도입니다.

1. 지금 당장 그 건물에서 나오세요.

건물이라 함은 지붕이 있으며 사방이 밀폐/반밀폐되거나 지면에서 일정 높이 이상 떨어진 장소를 포함합니다. 따라서 차량(승용차, 버스, 기차, 지하철)등도 포함하며, 텐트, 건물의 옥상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이 항목의 실행은 다른 모든 항목의 실행보다 우선됩니다.
건물에서 300초 내에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 중 무사히 귀환한 예는 없습니다. 도저히 300초 내에 나올 수 없을만큼 높은 건물에 있는 경우 차라리 창문을 통해 뛰어내려서 나오시는 편을 추천합니다. 그 편이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규칙서를 읽으실 때 이미 건물/차량 외 야외에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유감스럽게도 규칙서의 배달은 반드시 올바르게 되는 것만은 아니거든요.




2. 건물에서 나오셨으면 3번 항목에서 말한 건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절대로 다른 건물(차량 포함)로는 들어가셔서는 안됩니다. 들어가면 또 다른 공간에 갇힐 뿐이며, 거기에서 나오는 방법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300초 내에 확실하게 야외로 나오시는 걸 성공하셨다면 하늘을 바라보세요.

시간대가 밤이라고 하더라도 주변이 대낮처럼 밝아졌을 것입니다. 시간대가 낮인 경우, 여전히 밝지만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태양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는 귀하의 각성을 눈치채었으므로, 이제부터 귀하를 돌려보내려 하지 않을 겁니다.



3. 이제부터 다음의 조건에 부합하는 건물을 찾아가세요. 아파트이든 백화점이든 상가이든 학교이든 상관없습니다.

3ㅡ1 겉보기에 지상 5층 이상인 곳
3ㅡ2 살아있는 생물이 매매의 대상이 되는 곳(펫샵, 활어회집)이 아닐 것
3ㅡㄷ. 귀하가 무교인 경우에 한해, 종교 시설 (교회, 점집) 이 없을 것 (종교활동을 하는 경우라면 상관없습니다)
3ㅡ4 귀하가 읽을 수 있는 언어로 써진 글이 걸려 있는 곳 (귀하가 읽지 못하는 언어, 예컨대 한자로 씌여진 학교 현판이나 프랑스어로 쓰여진 옷가게 간판 등이 걸려 있는 건물에는 들어가지 마십시오)
3ㅡ5 귀하가 여태까지 한 번도 들어가보지 않은 곳
3ㅡ6 귀하가 아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곳



4. 최대한 신속하게 그 건물을 찾되, 이 건물을 찾는 동안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마세요. 누군가가 당신에게 말을 걸거나, 시비를 틀거나, 전화를 걸겠지만 모두 무시하십시오. 문자 메시지로 하는 필담이나, 인터넷상에서 리플을 다는 행위 역시 모두 금지입니다.

혹시 소지품 속에 작은 칼날이나 귀금속 (목걸이나 반지 등)이 있다면 건물을 찾을 동안 입에 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5. 건물을 찾으셨다면 입구로 진입을 시도하십시오.

이 때 반드시 왼쪽 신발과 오른쪽 신발을 바꾸어 신은 후 진입하셔야 합니다. 자기 신발인 경우가 성공률이 높지만, 신발이 없는 상태라면 의류수거함을 뒤지거나, 지나가던 사람들의 신발이라도 훔치거나 뺏거나 돈을 주고 사셔서 (이 과정에서 4번 지침을 상기하십시오, 절대 그 사람과 말을 하면 안 됩니다) 신발을 조달한 후 신은 채 진입하셔야 합니다.

머리카락을 묶은 상태라면 머리카락도 반드시 풀어 주십시오.

6. 들어오신 건물이 3의 조건에 부합한다면 그 건물은 불이 켜진 상태에서 내부가 비워져 있어야 할 것입니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안 됩니다. 계단을 찾으십시오.

1층이라고 써져 있는 현재 층수 알림문구를 확인한 후 계단을 오르시면 됩니다 (유럽권에서 태어나시거나 자라서 rdc나 0층이라는 표기가 익숙하시면 0층이라고 적혀있어도 무방합니다). 1층이라고 써있는 문구가 없거나 다른 층수가 써져있는 경우, 1분 이상 눈을 감고 기다리셔서 1층이라는 층수를 확인하신 후 진입하십시오.

층계에 진입하는 순간 주의하십시오. 계단의 단과 단 사이에서 5초 이상 발걸음을 멈추거나 주저앉는 순간, 혹은 신발이 벗겨지는 순간 계단은 무한히 늘어나 결코 윗층이나 아래층에 도착하지 못할 것입니다. 넘어지지 않게 침착하게 걸으시기 바랍니다.
다만, 넘어지거나 신발이 벗겨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빨리 걸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6ㅡ1 3층에 도달한 순간 바닥으로부터 30cm 정도 위의 문턱을 지닌 파란색 문이 보일 것입니다. 그 문을 여시면 무사히 돌아오실 수 있습니다.
6ㅡ2 다만 그 문이 파란색이 아닐 경우, 절대 여시면 안 됩니다.
6ㅡ3 파란색 문이 출현하는 조건은 자세히 밝혀진 바 없으나, 그것을 만족시킬만한 속도로 최대한 빨리 걸었을 때 출현하는 빈도가 높았습니다.
6ㅡ4 문이 파란색 외 다른 색상이거나, 문이 아예 보이지 않을 경우, 다음 층으로 올라가세요. 다시 1층이라고 써져 있을 겁니다. 위 상기한 6번의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되풀이하시면 이번에는 9층에서 파란색 문이 목격될 수 있습니다. 파란색 문이 나왔다면 열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9층에서도 파란색 문이 출현하지 않은 경우, 파란색 문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처음부터 다시 6번의 과정을 되풀이하시면 됩니다.
6ㅡ5 9층 다음으로 파란색 문이 목격되는 층수는 25층, 그 다음으로 목격된 층수는 81층, 그 다음으로 목격된 층수는 216층, 그 다음으로 목격된 층은 519층, 그 다음으로 목격된 층수는 1600층을 넘습니다. 그 이상의 층수에서 귀환한 사람의 예시는 아직 보고된 바 없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층계를 오르시되, 여기에서의 30분은 현실에서의 1년임을 기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귀하의 가족이 여러분을 부양할 수 있는 금전적 자원과 시간과 애정의 한계를 잘 따지시고, 한도를 넘어버렸다고 생각되실 때면 신발을 똑바로 신고 마저 계단을 올라 주세요.

 

 

파란색 문이 있긴 했는데

 

이운일 (38, 고등 수학 강사) 의 경우

 

그는 밤 10시 반에 퇴근하며 버스에서 갤질을 하다가 "당장 이 건물에서 나가십시오"라는 글을 읽었다.

오, 잘썼네. 개추. 누르고 뒤로가기.

 

그에게 행운이 따랐다면, 바로 다음 역이 그가 내리는 역이었다는 것이었다. 300초 내에 버스 밖으로 나가는 데 성공했기에, 밖은 환하게 물들었다. 젠장, 만약 낚시인 줄 알았다면 정말 큰일날 뻔 했네...그는 속으로 이렇게 되뇌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행운은 딱 여기까지였다.

 

 

그는 지금 문 앞에서 고민하고 있었기 떄문이다.

3층에서도 문이 없었고, 9층에서도 문이 없었다. 슬슬 규칙서의 진위를 의심할 떄쯤, 25층까지 올라온 그의 눈 앞에 드디어 문이 나타났다. 게다가 그 문은, 하늘색도 청록색도 남색도 아니라, 그래픽 디자이너인 그의 아내가 본다면 0,0,255의 완벽한 RGB값을 자랑하는 기깔나는 파란색, 파란색 그 자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가로로 프린트되어, 큼지막하게, <<출입금지>>라고 씌여진 a4용지가 문에 떡하니 붙어있었기 떄문이다. 까만 폰트, 그의 아내가 보았다면 고딕체라고 사족을 달았을 문이다.

 

출입금지라, 씨발...출입금지.... 그는 담배를 한 대 빼물고 싶은 충동을 애써 자제했다. 규칙서엔 흡연금지라는 조항은 없었긴 하지만. 아무튼간에. 출입금지라고? 들어오지 말란 소리 아닌가. 그런데 이거 놓치면 다음 문은 81층, 혹은 216층에서나 나온다. 참고로 롯데월드 빌딩이 123층인가 그렇다. 그리고 216층에서도 문이 다시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게 올바른 문인가? 규칙서에 따르면 파란색 문은 열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문은 분명히 <출입금지>라고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누가 붙여놓은 거지? 선의를 가진 이가 붙여놓았나? 아니면 악의적으로 여기서 나가지 말라고 붙여놓았나? 아니, 애시당초 <누가>를 논하는 데 의미라도 있나? 규칙서를 다시 읽어보면 올바르게 건물을 선택했다면 건물은 "내부가 비워져" 있어야 한다. 즉, 아무도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건물이 올바르게 선택되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1층 떡볶이가게부터 6층 서예학원까지 읽지 못하는 글자는 없었단 말이다. 심지어 병원이나 약국은 "카톨릭의대" 부속일까봐 일찌감치 걸렀다. 내부가 비워져 있다면 여긴 지금 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런즉슨 저 문에 장난을 친 사람...이든 사람이 아닌 무언가든 존재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누가 장난을 치진 않고, 원래부터 출입금지라고 되어 있었단 뜻... 아무도 장난을 치지 않았다면 신뢰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지만 이런 사유에 의미가 있나?

애시당초 6층밖에 없던 건물이 무한히 층수가 지속되는 이 시점에서 이런 사유가 의미라도 있냐는 말이다.

지금 나와 이 세계는 일종의 게임을 하고 있다고 봐야 옳지 않을까? 그러하다면 이런 사유도 이 세계가 나에게 거는 심리전이라고 해석해야 옳지 않을까?

애시당초 <출입금지>는 한국어로 써 있지 않은가? 만약 한국어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다른 언어, 예컨대 아랍어나 스페인어 등으로 써졌다면?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규칙서에선 "간판에 해독하지 못하는 언어가 있으면 들어가지 마세요"라고 적어놓은 게 아닌가? 이 건물의 내부는 외부의 표지를 흡수하고 해석하여 표지를 제시하는데, 그 표지를 내가 해석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해석하지 못하는 언어를 피하라고 적어놨고...그럼 해석할 필요가 있는 건 다시 말하자면 읽을 가치가 있다는 거 아닌가? 읽을 가치가 있다는 건 다시 말해 따를 가치가 있다는 거 아닌가?

 

아니, 이런 사유도 의미 없다. 아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피하라"는 의미에서 저 조건이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무교인 사람은 종교시설을 거르라고 적혀 있는데 무교에게 종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니까 거르라고 한 거 아닌가? 잠깐. 씨 그렇다면 살아있는 생물이 매매의 대상이 되는 건 또 왜 거르라는 거야?

 

애시당초 규칙서에서 논리를 찾는 게 잘못된 게 아닐까?

그저 이 "출입금지" 문패는 여기에서의 30분이 현실의 1년이라는 걸 악용한 악의의 산물이 아닐까? 그저 나를 지체시키려는.

벌써 이 문패 앞에서 5분은 고민한 것 같다. 현실 시간의 2개월이다. 그게 지금 날아간 것이다. 마치 한순간의 연기처럼.

 

이걸 열어, 말아?

 

규칙서와 현장이 충돌할 떄, 어디를 믿어야 하는가? 그는 문고리에 손을 대었다. 살짝 돌려보기도 했다. 그 문은 저항없이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끝끝내 그 문을 열진 않았다. 아직 25층이어서 다리에 여유가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혹은, 조기축구회 회장이라 체력에 자신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는 파란 문을 뒤로 하고 다음 계단을 올랐다. 다리는 아직 버틸 수 있다.

 

 

 

 

 

"도저히 버틸 수 없다고 생각되실 떄면 신발을 똑바로 신고 마저 계단을 올라주세요."

 

아무것도 없던 216층을 지나 다시 1층으로 진입했을 떄 그는 규칙서의 이 문장을 되뇌었다.

그는 후회했다. 아까 그 파란 문으로 들어갈걸. 출입금지 문패 따위엔 신경쓰지 말걸.

다음 문이 나오는 층은 519층이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지만 벽의 색깔이 조금씩 달라져가는 기분이 들었다.

 

저 규칙서는 아무것도 포기하라고 하질 않았다. 희망만 있다면 영원히 이 층계를 오르고 또 오를 수 있다.

다만, 이론적으로 무한한 재시작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정신과 육체에는 한계가 있다.

신발을 똑바로 신고 마저 계단을 올라주세요.

신발을 똑바로 신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519층에서 그는 드디어 문을 만났다.

그건 파란 문이 아니었다.

동시에 파란 문이기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네온빛이 도는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진 철문이었다. 어떻게 봐도 파란색과는 거리가 먼 문이었다.

하지만 거기엔, 흰 종이가 붙어 있었다. <파란색 문> 이라고 써진.

씨발,

 

무슨 "영희의 방"이라고 써져 있듯, "파란색 문"이라고 문패가 붙어 있던 것이다.

그는 대학교 시절 교양철학 시간에 본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떠올렸다. 파이프 하나를 그려놓고, Ce n'est pas une pipe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적어놓은 그 유명한 그림.

그래서 씨발, "파란색 문"은 파란색 문인가?

그는 다시 규칙서를 보았다.

 

"파란색 문이 보일 것입니다. 그 문을 여시면 무사히 돌아오실 수 있습니다." "문이 파란색 외 다른 색상이거나 (....) 여시면 안 됩니다."

 

만약 자기 앞의 이 문에 "파란 문"("파란색 문"이 아니라)이라고 적혀 있었다면 그는 주저없이 다음 층으로 갔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규칙서에 <<"파란색 문"이 보일 것입니다>>라고 파란색 문 앞뒤로 따옴표 처리를 해서 적혀 있었다면 그는 주저없이 문을 열었을 것이다.

걸리는 것은 "문이 파란색 외 다른 색상이거나" 이 부분. 정확히 말하자면 내 눈 앞의 이 문은 "파란색 문"이긴 해도 "파란색 외 다른 색상"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하지만 이미 "파란색 문"이 보인 시점에서 6-4의 조건 따위 중요하지 않은 거 아닌가? "파란색 문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해야 하는 게 요점이라면, 파란색 문의 존재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닌가?

 

다리가 너무 아팠다.

 

어쩌면 여기가 3층, 9층, 25층, 81층이었다면 그는 이 문을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문을 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지금 상황은 좆된 상황이다. 이게 잘못된 문이라면 문 열면 좆되는 건 알겠는데, 이미 충분히 좆됐다. 여기는 이미 519층이다. 문 뒤에서 뭐가 튀어나온다면 바로 재빠르게 닫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안전하지 않을까.

 

문은 건물 전체에 울릴 정도로 커다란 소리를 내며 의외로 쉽게 열렸지만, 그 뒤엔 아무것도 없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문 뒤엔, 건물의 시멘트 벽과 똑같은 색의 시멘트 벽이 있을 뿐이었다. 아무 공간과도 이어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참으로 김빠지는 일이다. 그는 문 뒤의 시멘트 벽을 만져보고, 툭툭 쳐보기까지 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 "파란 문"이라고 적은 누군가의 의도가 나에게 시간낭비를 시키는게 목적이었다면, 이루어졌다.

그는 문을 도로 닫았다. 그 문은 커다란 끼이익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리고 그는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을 뗐다.

 

 

또각또각

 

또각또각

 

이건 환청이 아니다. 분명히 누군가가 계단을 걷는 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추었으나, 규칙서의 "계단의 단과 단 사이에서 5초 이상 머물 경우 계단은 무한히 늘어날 것입니다"라는 말을 생각나 발을 다시 옮겼다. 다행히도 5초 넘게 지나지 않았는지 무사히 다음 층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윗윗윗층? 윗윗층? 아직 멀게 들리긴 한데, 건물의 특성상 소리가 반사되어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누군가가 지금 위층으로부터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명백한 인기척과 함께, 시시각각 가까워져 오는 발걸음 소리가 이를 반증한다.

 

저것이 나를 찾고 있다는 본능적인 직감이 들었다.

저거랑 맞닥뜨리면 좆될것같다는 본능적인 직감이 들었다.

이대로 계단을 오르면 저거랑 마주친다.

심지어, 저 구두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러면 저거를 피해 뒤로 가야 하나?

뒤로 간다면.... 다시 말해 계단을 내려간다면 어떻게 되나?

규칙서에 내려가도 된다는 소리가 있었나?

그런데 여기는 1층인데, 내려가면 어떻게 되는거지? 도로 216층이 나오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신발을 "똑바로 신고" 계단을 끝까지 올라갈까?

하지만 신발을 똑바로 신고 계단을 올라가다가 저거랑 만난다면?

그리고 신발을 똑바로 신고 계단을 내려간다면 어떻게 되지? 그건 안 나와있나?

차라리 여기에서 주저앉아, 계단을 무한으로 만들까? 그럼 저거에는 잡히지 않을텐데.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영원히 여기에 갇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무한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저건 왠지 나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무한한 계단에 갇히는 게 정말 나은 선택지인가? 굶어죽는거? 굶어죽을 수는 있고? 애시당초 여기에서 죽으면 어떻게 되지? "부작용이나 사태의 악화가 있을 것"을 감수하고 규칙서를 나에게 보냈다고 했는데, 그 부작용이나 사태의 악화가 이런 걸 포함하는 건가?

 

 

발걸음 소리가 바로 위층에서 들린다.

 

인간성 필터
나른한 일요일 오후. 



나는 창문으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낮잠에 들었다.



기상을 재촉하는 알람 따윈 없을 것을 알기에 무척이나 느긋했다.



새 우는 소리와 산책하는 가족들의 떠도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다, 곧 그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다시 눈을 뜬 곳은 내 집이 아니었다.






지겹도록 들어온 내 알람 소리가 어딘가에서 울렸던 것 같았다.



나는 짜증을 내며, 그 거슬리는 소리를 어떻게든 치워버리려고 얕은 잠을 쫓아내었다.





분명 알람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내 손에는 시계가 잡히지 않았다.





가여운 현대인들은 종종 꿈에서도 알람 소리를 듣곤 한다.



물론 나도 마찬기지의 처지이다.



결국 꿈으로 치부하고 다시 늘어져있으려는 참에, 조금 깨어난 내 정신은 위화감을 느꼈다.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당연히 중고 가죽 소파와 한 쪽이 깨진 TV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위치한 곳은 집보다는 감옥, 더 비슷하게는 벤담의 파놉티콘을 연상시켰다.



인종, 남녀노소를 불문한 사람들이 각 방에 한 명씩 들어가 있는듯 했다.



방은 커다란 원형의 띠를 이루며 배치되어 있었다.



다만 벽은 어두컴컴한 콘크리트 대신,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는 재질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물가물한 기억이 물질이라면, 그것으로 벽을 쌓은 것 같았다.



건너편 사람의 얼굴이 10년 전 헤어진 동창처럼, 잡힐락 말락하게 보였다.



그런 벽들이 수백, 수천 겹씩 있었다.



파놉티콘이라면 감시자의 방이 있어야할 중심부는 너무 멀어 보이지 않았지만, 한 계단 씩 위쪽으로 향하는 듯했다.



마치 희미한 대리석으로 만든 피라미드 같았다.





내가 막 겨울잠에서 깬 곰처럼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무언가 내 뇌를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코마 상태로 목사의 기도를 듣는 느낌이었다.



음절을 분석할 순 없었지만 의미를 이해할 순 있었다.



아까 들었던, 알람이라고 생각했던 소리도 이것과 같은 것이었다.



텔레파시, 진동, 아무튼 그 목소리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달했다.





​인간은 감정의 존재이다.​





아마도,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다음 순간 나는 내 앞에 흰 종이의 앞에 있었다.



목소리는 그것을 찢으라 말하고 있었다.



내가 손을 뻗어 종이를 비틀고 찢어내자, 나는 다시 그 방으로 돌아옴을 느꼈다.





곧 내 옆 사람도 다시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래 위치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 후 내 앞의 벽이 사라졌다.



목소리는 우리가 앞으로 향할 것을 요구했고, 난 한 칸의 층계를 올라 다음방으로 이동했다.






그 뒤 계속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나는 식물의 잎을 찢었고, 책을 태웠으며, 계란을 부쉈다.



아주 정교한 조각상을 깨트렸고, 찬란한 빛이 새어들어오는 신성한 스테인드글라스를 깨부쉈다.



목소리는 계속 앞으로 향하라는 의미를 전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이루고 있는 원형의 띠가 아주 조금 줄어든 것을 느꼈다.



소년 가장의 자전거를 부수고, 죽은 딸과의 추억이 담긴 인형을 발로 밟았을 때 쯤이었다.



상황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다음 방에서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건 아주 작은 벌레였다.



미물이라 부르기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그 작은 생물은 무척 힘차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엄지손톱으로 그것을 꾹 누르고, 검은 얼룩을 비벼 닦았다.



다시 파놉티콘 속에 있음을 인지한 뒤, 나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확실히 사람이 줄었다.



더 이상 무시하기 힘든 숫자로 감소했고, 나는 사라진 사람들이 어디로 갔을지에 대한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진 이상하게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게 만약 - 어떤 심리실험이거나, 몰래 카메라라면?



그런 가정은 생각해볼 필요도 없었다.



현실이라기엔 너무 어렴풋했고, 꿈이라기엔 너무 현실적이었다.





고민 중인 나의 앞에 다시 벽이 사라졌다.



우선은 앞으로 가야했다.





내가 다음으로 만난 것은 쥐덫에 걸린 쥐였다.



그것은 며칠이나 잡혀있던듯 빼쩍마른 몰골의 비참한 모습을 하고있었다.



나는 쥐덫의 쇠를 꽉 눌러 그것의 숨통을 끊었다.





다시 돌아오자, 내 오른쪽에 있었던 라틴계의 중년 여성이 눈에 들었다.



그녀는 왜인지 모르게 초조한 표정이었다.



바로 옆 방이라 나는 그 모습을 확실히, 아니,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 계단을 올라갔지만, 그녀는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지나왔던 방이 모두 검게 변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속을 들여다볼 순 없었다.



사라진 건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꼭 끝까지 가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 뒤로도 몇 개의 방을 더 지나왔다.



죽여야 하는 동물은 점점 커지고, 가련한 모습을 보였다.



초반보다 탈락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졌다.



고지가 머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꼬리를 흔들며 반겨오는 개를 패 죽인 다음 만난 것은, 마찬가지로 동물이었다.



버튼만을 누르면 됐다.



작은 초침소리가 들린 후 삐- 하는 기계음이 이어졌고, 곧 밧줄이 잡아당겨졌다.



나는 질식 대신 목뼈가 부러지기에 생각보다 일찍 끝난다는 지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잘하면 저 건너편의 사람도 보일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 인자한 할머니나 어린 소녀, 가족을 죽여야 할 때는 조금 고민이 된 것 같았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와닿았고, 꽤나 힘을 들여야 목소리의 요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그들이 진짜가 아니리란 미묘한 확신을 가진 덕분에 넘어올 수 있었다.



게다가 행방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느껴진 공포도 있었고.








결국 나는 중심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남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부모라도 죽일 수 있는 자신감으로 가득해보였다.



아, 그건 두 세번 전에 이미 했다.



백린탄의 사용을 허가하는 지휘관이 된 다음이었을 것이다.





약간의 긴장감에 침을 삼키고, 나는 무척 친숙한 존재 앞에 위치했다.





그건 반전없이 내 모습이었다.





나는 내가 냉혈한임을 주장하는데 망설임이 없어왔다.



하지만 이건 다른 문제였다.



피에 온정과 자애가 흐르지 않는 여기 남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왔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죽이라니.





활자 속, 혹은 영상물 속이라 여기고 넘기기에 나는 너무 생생했다.



오히려 현실보다도 더욱.





그것은, 아니, 나는, 꽉 쥔 손으로 삶을 갈구하고 있었고, 나는 내 목을 차마 조르지 못했다.



숨에 막혀 껄떡거리는 소리, 떨리는 몸체와 흐르는 두려움의 감정은 나에게도 똑같이 전해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동안 넘겨왔던 방의 그것들을 한 번에 느끼는 지도 몰랐다.





나는 결국 그저 돌아왔다.



단 한 사람만이 앞으로, 위로 향했다.





나는 알 수 없는 탈력감과 공포에 잠겨, 점점 흐려지는 시야를 사력을 다해 붙잡았다.



하지만 결국 내가 위치했던 방은 알 수 없는 어둠에 잠기고, 난 실패했다.







그리고 난 떨어졌다.





내 소파에서.







아픈 뒤통수를 부여잡으며 나는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낮 꿈은 그새 증발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성공했던 사람은 어떻게 되었던가?



내 희미해지던 시야에 잡힌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던가?



그 사람은 마지막으로 한 계단을 더 올라갔고..



우리는 떨어졌다.





아니다.



그 사람이 올라갔다.







난 결국 한 구절만을 기억에 남길 수 있었다.







'인간'은 감정의 존재이다

 

 

Acta est fabula, plaudite!
따르릉.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휴대폰 알람 소리가 울리자마자 노인이 한 말이었다.

 

“아직 묻고 싶은 게 많은데요.”

 

여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미약하게 항의했으나 노인은 단호하게 고개저었다.

 

“그만큼 시간도 많아, 다음에 다시 질문하시오.”

 

축객령이었다. 어쩔 수 없이 서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수확이 없진 않았다는 게 위로받을만한 점이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무슨 의미일까. 무엇에 대한 말일까.

 

그녀는 이 말을 수첩에 필기한 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세상이 이렇게 되어버린 후로 생긴 습관 중 하나였다. 노인과의 문답이 끝난 후에는 항상 하늘을 보았다.

 

무언가 달라지길 바라며.

 

—원래대로 돌아오길 바라며.

 

하늘은 흐렸다. 먹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이다.

 

회색 하늘 사이로 비춰지는 정광(晶光). 낮과 밤이 교차하지 않는 하늘.

 

바람 한 점 불지 않으며, 일몰과 일출의 규칙은 망가졌고, 생명의 맥동 역시 굳었다.

 

그래, 쉽게 말하자면, 시간이 멈췄다. 노인과 그녀만 제외하고.




* * *




“내가 한 짓입니다.”

 

시간이 멈춘 이후, 그녀를 찾아온 노인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시간을 주겠습니다. 내게 질문하고, 인과(因果)에 대한 답변을 얻으세요.”

 

처음에는 화를 내고, 이후에는 애걸복걸하고, 결국에는 체념했다.

 

그녀는 노인이 요구하는 일종의 선문답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노인은 이 문답에서 딱 하나의 규칙을 내세웠다.

 

직설적인 질문은 불가하다.

 

왜, 또는 어떻게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냐는 것과 같은 질문은 불가했다.

 

“그럼 어떤 식으로 물어야 합니까?”
“하늘에 먹구름이 걷히지 않는군요.”

 

요지에서 벗어난듯한 노인의 말에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야 당신이…….”
“바로 그겁니다. 똑같이 내게 말해보세요.”
“……하늘에 먹구름이 걷히지 않는군요.”
“제가 세상의 시간을 멈추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이해가 갈 것 같았다. 아주 조금.

 

그렇게 수집된 정보를 수첩에 정리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알게 된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로 그녀의 휴대전화는 작동한다.

 

그녀의 휴대전화는 유일무이하게 작동하는 기계이다. 현재 확인 된 기능은 시계와 타이머 기능이다.

 

사실상 그 기능만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했다. 노인과 그녀의 문답은 그 휴대전화를 기준으로 하루 다섯 시간.

 

시간을 멈춘 시기는 20XX년 XX월 XX일이었으나, 지켜본 바에 따르면 그녀의 휴대전화 속에서는 날짜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덕분에 대충 낮과 밤을 가늠하여 잠을 청하거나 휴대전화 속 시계를 기준으로 노인과 문답을 주고받을 시간을 정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었다.

 

아마 이것은 노인이 한 일종의 배려일 것이다.

 

둘째, 노인이 시간을 멈춘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무엇에 대한 두려움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이를 위해 질문을 좀 더 고심할 필요가 있었다.

 

이 정보를 얻기 위해 일흔 한 번 질문했다.

 

셋째, 그녀는 딱히 특출난 능력이나 필요에 의해 노인에게 선택받은 것이 아니다.

 

그저 노인과 같은 언어를 공유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지적 능력 역시 보유한 무작위적 선발자에 불과했다.

 

이하는 세 번째 정보를 얻게 된 대화 내역이다.

 

“어릴 땐 제가 세상의 주인공인줄 알았어요.”
“나이를 먹으니 그게 아닌 것 같았나?”
“훨씬 빛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요. 적어도 저는 제가 얼마나 반짝이는지를 알았거든요.”
“나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저…… 각각의 사람들이 모두 다른 색으로 빛난다고 여기죠. 밝기는 다를지언정, 색 역시 다르다고.”
“당신이 ‘지금’ 이루어낸 일들로 보면, 가장 밝고 특출난 빛인 것 같네요.”
“그건 부정하지 않겠소. 내 입장에서 볼 때는 모두가 그저 다 같은 촛불에 불과해.”
“저 역시도 말인가요?”
“조금 다르지. 나랑 말 몇마디 주고받을 수 있는 촛불 아니겠나. 나름 특별하거든.”

 

마지막으로 얻은 정보는 방금의 그것이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거의 네 자릿수에 가까운 질문이 오갔으며 본 목적은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법’에 관해서였다.

 

하지만 실마리를 잡을 수 없었고, 그와는 별개로 우연히 얻게 된 대답이었다.

 

무슨 뜻인지는 곧 알 수 있었다.

 

직설적인 문답이 아니라, 이렇게 복잡하고 답답한 방식의 문답을 고수하는 이유.

 

—누군가가 이 문답을 듣고 있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없고, 우리를 볼 수도 없지만 분명 듣고 있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품을 뒤적이자 담뱃갑이 손에 잡혔다.

 

라이터를 신경질적으로 틱틱거렸다. 불은 솟아오르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담배만 입에 물고 질겅거렸다.

 

막막함이 끊임없이 몰려온다.

 

이유를 알아야 한다. 해결책을 알아야 한다.

 

가장 핵심에는 여전히 접근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평균보다 조금은 나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았다.

 

‘늙는 게 두려운 건가?’

 

아니었다. 그는 분명 지금도 늙고 있었다. 그와 그녀의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또한 그 노인의 능력이었다면, 어쩌면 불로불사도 허황된 꿈이 아니지 않았을까?

 

무려 시간을 멈춘 것이다.

 

그것도 예외를 정해서. 기가 막힌 위업이고, 파괴적인 처사였다.

 

그런 노인이 두려워 할만한 것은 무엇인가?

 

네 번째 정보와의 연관점이 존재하는가?

 

……훨씬 꼼꼼하게 생각하자.

 

왜, 굳이, 먹구름이 가득한 시기에 시간을 멈추어 놓았는가.

 

해가 두려운가?

 

그렇다면 어째서 밤이 아닌거지?

 

밤이 두려운가?

 

달과 별을 두려워하는가?

 

우리를 감시하는 자들은 어디에 있지?

 

머리의 한 부분이 꽉 막힌 느낌이었다. 딱 그것만 뚫으면 될텐데…….

 

두 정보 사이의 연관점…….

 

“……감시자들이 두려운가?”

 

볼 수 없고 보이지 않지만, 전부 듣고 있는 자들. 그들이 두려운건가?

 

왜 두렵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감시자들은 ‘어디서’ 듣고있는가.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았다.




* * *




“오늘도 시작해볼까?”

 

노인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는 쇠약해지고 있었다.

 

“내가 어제 했던 말 기억할걸세. 시간이 많다고.”
“……기억합니다.”
“이젠 아닌 것 같군. 시간이 얼마 없어.”

 

시간이 멈춘 세상에서 시간의 많고 적음을 논한다. 역설적이었으나 그녀는 그것이 틀린 말이 아님을 직감했다.

 

“나에게도, 자네에게도. 특히 나에게 더 와닿는 말이지만 말이야.”

 

무슨 의미일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가 죽는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타이머를 맞추었다. 지금부터 다섯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끌 생각도 없었다.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어렸을 때.”
“바로 시작하는건가? 좋아, 좋아.”
“……아주 어렸을 때, 연극을 한 적이 있습니다.”
“…….”

 

노인의 표정을 살피며 계속 말했다.

 

“막 뒤에서 준비를 하며, 참 설레었죠.”

 

“근데 막이 걷히고 연극이 시작되자, 어땠는지 아십니까?”

 

“무서웠죠.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이 내 행동을 주시한다는 사실. 그 냉엄한 시선들로부터 오는 공포.”

 

“설레었던 마음, 자랑스럽고 북받치는 마음은 일소(一掃)되었죠. 그리고 곧바로 울음을 터뜨리며 다시 장막 너머로 도망갔어요.”

 

“너무 어렸을 적이라 무대공포증으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악몽으로서 제 꿈에 등장합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잊혀지지 않는다.

 

관객들은 그녀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그녀는 관객 한 명 한 명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기묘한 무지(無知)는 더 깊은 무지를 불러온다.

 

정체와 연원을 전혀 알 수 없는 시선이 무수히 자신에게 꽂힌다는 건,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슈퍼스타들, 위대한 배우들과 엔터테이너들. 무대에 서는 것이 즐거우며 사람들의 시선을 세례라 여기는 부류들.

 

그들이 악의 섞인 관심에 스스로 삶을 끝낼 때, 그녀는 그들이 자신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노인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정답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췄군.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이야기도 다 듣고 있는 겁니까?”
“다 들리지. 다 들려.”

 

한숨을 쉰 노인이 창밖을 보았다.

 

“트루먼 쇼라고.”
“예?”
“아주 오래된 영화야.”

 

제목과 내용을 들어본 적은 있었다.

 

“우리는 그와 다르게 도망칠 곳도 없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녀는 무심코 노인을 따라 시선을 창밖으로 향했다.

 

하늘이었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다고 했지? 나는 그래서 밤하늘이 싫었어.”

 

시선과 밤하늘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그녀는 입을 열려다가 눈을 크게 떴다.

 

이내 충격받은 듯 비틀거렸다.

 

“별이 수놓인 하늘이 참 아름답다고? 참나.”

 

속에서 올라오는 신물을 꾸역꾸역 집어삼키다가 이내 엎드려 토했다.

 

“설마…….”

 

쩌억, 하고 빙판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것보다는 조금 더 청아한 소리.

 

쩌억, 쩌억, 쩌억.

 

무심코 하늘을 다시 바라보았고, 곧 거대한 균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태양은 글쎄…… 혹시나 해서 가려 놓았지.”

 

마치 하늘이 깨진 유리창과도 같은 모습.

 

그 깨진 틈 사이로 어둠이 보였다.

 

우리가 하루의 절반 동안 보아왔던 어둠.

 

그리고 형형히 빛나는 별들.

 

아니, 시선들.

 

균열이 점점 커진다.

 

“자네는 어떡하고 싶나. 저것들의 인내심이 한계인 것 같은데.”
“……그 후에, 부모님이 울고불며 떼쓰는 절 데리고 뮤지컬을 보러 갔었죠.”

 

입을 옷으로 대충 닦은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때 깨달았어요. 공연은 막이 내릴 때까지라는 사실을, 이야기가 끝나면 기꺼이 관객들이 박수쳐 줄 것이라는 사실을요.”
“하지만 저들은 이야기가 끝나길 바라지 않아. 그건 우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고.”

 

균열의 숫자가 점차 늘어난다.

 

이제는 갈라지는 소리가 아닌 유리가 완전히 박살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쨍그랑, 쨍그랑.

 

구멍의 크기가 커지고, 훨씬 많은 ‘시선’이 우리를 향한다.

 

밤이 오고 있었다.

 

아직 시간은 멈추어져 있지만, 만약 이대로 완전한 밤이 찾아온다면 더욱 심각해진다.

 

영원한 밤이 계속된다. 영원한 공연이 계속된다.

 

방법이 없는가?

 

영원히 저들의 구경거리로 살아야 하는가?

 

저들이 우리에게 박수를 치게 만들어야 한다.

 

막은 언젠가 내려간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어떻게?

 

“……이제 우리가 보이기까지 하는 거죠?”
“그래. 다 보이고, 다 들리는거야.”

 

노인이 가쁘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서둘러 선택해야 해.”

 

시간을 멈추어 놓을텐가, 다시 흘러가게 만들텐가.

 

관객들에게 결말을 알려주어야 하나?

 

최악의 공연으로 야유가 나오게 만들어야 하나?

 

도대체.

 

방법을 알 수가 없다.

 

관객, 공연자.

 

막.

 

그리고 시선.

 

시선?

 

결말이 아니라, 또 다른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바로 그거였다!

 

“당장 시간이 다시 흘러야 해요. 지금 당장!”
“뭐? 하지만…….”
“어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요!”

 

쨍그랑 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세상에서, 풀내음이 나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고, 자동차의 배기음이 울리고, 새와 곤충소리가 들린다.

 

시계의 초침과 분침이 분주히 움직이며 째깍거리는 소리를 낸다.

 

시간이 흐른다.

 

사람들이 움직인다.

 

그래, 사람들이 움직인다.

 

“저, 저게 뭐야?”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산산히 조각난 하늘을 올려다본다.

 

모든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본다.

 

깨져나가는 하늘이 멎었다.

 

이제 저것들도 알게 되겠지.

 

저들은 내려간 막을 향해 박수칠 수 있는 모범적인 관객이 아니다.

 

그렇다면 박수따위 받을 필요 없다.

 

그저 우리가 느낀 것과 똑같은 것을 느끼게 해주면 되었다.

 

수십억 명의 시선으로부터, 공포를 느껴라.

 

그리고 부끄러움도.

 

“하늘이…….”

 

다시 닫히고 있었다.

 

암흑 속 ‘별’들이 자취를 감추고 낮이 돌아온다.

 

노인이 미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딘가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밤은 다시…….”
“밤은 와도, 저들은 안 올걸요?”
“그거면, 충, 분한…….”

 

밖에서는 여전히 아까 발생한 사태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 서재 안에서는 아니었다.

 

그녀는 조용해진 노인의 두 눈을 감겨주며 생각했다.

 

박수 칠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야기의 끝을 본 자들에게 있었다.

 

저것들도 아니었고, 그녀도 아니었고, 노인도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너희는 자격이 있는가.

 

다를 바 없는 자들아.

 

 

과학의 종말

"삼체라는 소설 읽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연구원A는 원래도 SF소설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SF에 흥미를 느껴 물리학자가 되었다고 하니 말 다했다.

 

다만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딱히 연구원A와 같지 않았다.

 

"그게 뭔가?"

"중국의 유명한 SF소설입니다. SF불모지인 중국에 SF붐을 가져왔을 정도로 대단한 소설이지요."

 

연구원A는 자신이 이 소설을 소개하게 되어 자랑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물론 높으신 분들은 연구원A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건가?"

"그럼 설명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대부분 물리학에 능통하시지만, 이 자리에는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시니 삼체 문제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프로젝트로부터 사영 된 화면이 나타났다. 두 개의 공이 서로 회전하는 그림.

 

"이체 운동은 중력이 작용하는 두 물체의 운동을 말합니다. 이 이체 운동은 과학적으로 운동 계산이 매우 쉬워 해가 전부 구해져 있습니다. 문제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이지요."

 

연구원A가 버튼을 누르자 그 다음에는 세 개의 구체가 나타났다.

 

"삼체 운동은 이제부터는 문제라고 불립니다. 애초에 삼체 문제의 일반 해를 구할 수 없음이 증명 되어 있지요. 때문에 대부분의 학자들은 삼체의 특수 해, 부분 해를 찾는 일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수소 원자 모형 외의 원자 모형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이 문제 때문입니다. 헬륨부터 삼체 운동이 되는데 그 보다 더 많은 수의 전자 운동을 계산할 수 있을 리가 없지요."

 

연구원A는 청중들의 반응을 잠깐 살폈다.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모르는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어려운 얘기지요? 그럼 이번엔 다른 분들을 위해 좀 더 쉬운 얘기로 좀 넘어가겠습니다."

 

삑.

 

"환경 문제. 이건 안 들어보신 분들이 없겠지요."

 

사람 좋게 웃는 연구원A와 달리 다들 눈쌀을 찌푸렸다.

 

"지금 장난치나?"

 

결국 맨 앞에 있던 사내 하나가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다들 바쁜 사람 모아 놓고 뭐 스무 고개라도 하자는 건가? 지금 환경 문제로 모인 걸 모르는 사람이 있어 보이나?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지금? 이러고 있는 시간에 물에 잠기는 도시가 한둘인 거 같아?"

 

연구원A는 잠깐 웃는 표정을 유지한 채로 청중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러고 일어나서도 여전히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부 필요한 질문입니다. 그 사이에 잠깐 농담으로 환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망해가는 세상에 조금 불편한 농담이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래도 괴짜의 부족한 유머래도 조금만 참고 들어주시겠습니까? 금방 끝내겠습니다."

"그래, 진정하게나. 역사상 전례 없는 천재라고 하니 다 이유가 있겠지."

"감사합니다."

 

여전히 탐탁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다만, 그게 전부였다.

 

저 앞에 서 있는 사내가 세상이 망해가는 중의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

 

"유명했지요. 환경 변화는 지구가 3도 이상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그 뒤로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고. 그 뒤로는 무슨 짓을 해도 올라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실제로 그러고 있지요."

 

PPT화면에 나타난 것은 기후 변화에 대한 통계 자료였다. 최근에 갑자기 올라간 온도는 이미 5도가 넘어간 상태. 즉,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져 있다는 얘기였다.

 

"아예 사람들이 손을 놓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 결과로 고온 초전도체, 부분적 핵융합 기술, 직접적 탄소 재포집 기술 등 수 많은 기술이 만들어졌지요."

 

고온 초전도체 기술은 연구원A의 성과였다. 상온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실용 가능성이 보이는 수준의 고온까지 높이는데 성공하였고 이를 통해 핵융합 기술이 부분적으로 실용 가능 하게 되었다. 만약 더욱 개발에 매진했다면 핵융합 발전이 부분적이라 부를 필요도 없어질 거라고, 그렇게 되면 5차 혁명이라 부를 세상의 변화가 올 거라는 등의 얘기가 많이 들려왔다.

 

삑, 다음 화면. 이번에 화면에 나타난 것은 4개의 기술들이었다.

 

"1차 산업 혁명은 기계의 등장이었습니다. 기술은 높은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2차 산업 혁명은 전기와 석유의 등장이었지요. 역시 돈 때문입니다. 3차 산업 혁명은 정보 통신 기술입니다. 세상은 좁아졌고 또 무척이나 빨라졌습니다. 기술 가속은 그 어느 때보다 급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이 발생했습니다. 컴퓨터로 자동화 하던 것들이 이젠 아예 컴퓨터 혼자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혁명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지수 수준으로 발전하는 기술은 언젠간 인류를 신이 되도록 할 것 같았습니다."

 

삑. 그 다음 넘어간 화면은 지수 함수와 수정된 지수 함수였다. 수정된 지수 함수는 일반적인 지수 함수와 달리, 어느 한 점근선을 향해 나아가다 서서히 증가량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뭐든지 이겨낼 것 같았습니다. 기후 변화 마저도요. 다만, 그 어떤 기술도 이미 변한 기후를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거기까지 가니 의문이 들었죠. 과연 핵융합이 개발되었다고 한들 기후를 되돌릴 수 있을까. 저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핵융합 기술만으로는 뭐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단 말입니다. 좀 더 근본적인 요령이 필요했습니다. 강력으로 결합된 비행선을 만들 수 있고 관성의 방향을 직각으로 꺾고도 에너지 손실이 없도록 하는 그런 기술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연구원A의 말은 이젠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력으로 결합된 비행선이라니. 애초에 그런 게 존재한다면 블랙홀에 준하는 밀도를 갖게 될 것이다. 연구하는 것자체가 공상 과학의 수준에 불과한 그런 것들.

 

"예, 과학에 조예가 깊으신 여러분이시니 제가 말씀 드린 게 얼마나 허망한 얘긴지 이해하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게 가능한지 연구를 해야만 했습니다. 인류는 5차 혁명으로 도약할 수 있는가. 이걸 이해해야만 했죠. "

"그래서 핵융합 접고 몇 년 간 입자 가속기와 싸워가며 했다는 연구가 그건가?"

"그렇습니다. 상상력만으로는 발전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겁니다. 한 때 말하는 기계를 상상한 인류는 인공지능을 만들어냈고, 먼 곳에서 닿고자 하던 인류는 전화기와 인터넷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항상 성공해온 것은 아닙니다. 불가능에 도달한 적도 많습니다. 불확정성의 원리, 빛의 속도 이상 도달할 수 없는 한계, 시간 여행의 불가능성. 되돌릴 수 없는 엔트로피. 그리고 계산할 수 없는 삼체 문제."

"세상에. 자네 미쳤군."

"아니요, 미치지 않았습니다. 더 얘기하겠습니다."

 

삑, 연구원A는 더는 청중의 생각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표정을 굳히며 진행했다. PPT 화면이 한 번 더 넘어갔다.

 

"우리는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불가능성을 마주하게 될까요? 우리는 알아야만 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알아야만 했습니다. 왜 인류는 아직까지 인간 외의 지성체를 찾지 못했냐는 겁니다."

 

침묵. 어느 순간 청중들은 연구원A의 눈빛에 압도되어 있었다. 아니, 연구원A가 보이는 기괴한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저걸 결의라고 해야 할까.

 

"거대 필터 이론에 대해 들어보셨을까요. 이것도 뭐 공상 과학 같은 겁니다. 왜 인류는 아직까지도 생명체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냐는 겁니다. 아무리 우주가 넓다 한들 관측 가능한 우주를 샅샅이 살펴도 저희밖에 없다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화면이 넘어가고 문어처럼 생긴 외계인 그림에 빨간색 X표가 쳐져 있다. 관측 가능한 우주 내에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 역시 연구원A가 증명해낸 사실이다.

 

"그래서 한 번 고민해본 겁니다. 왜,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는가. 이 '거대 필터'는 하나의 장벽입니다. 인류로 따지면 기후 변화 같은 것이죠.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깔끔하게. 언젠가 대부분의 생물체들이 필터에 걸러져 멸망 하고야 만다는 겁니다. 어쩌면 그 필터는 지구와 같은 환경일 조건일 수 있고, 지성을 갖추는 것이 조건일 수 있겠죠. 필터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했지요."

 

삑, 갑자기 화면이 어둡게 변한다.

 

"다만 저는 좀 더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아니, 화면은 어둡게 변하지 않았다. PPT에 나타난 화면은 우주였다. 검고 별도 그리 많지 않은 우주. 화면은 넘어가지 않았다. 방안은 무척 어두워 연구원A의 얼굴 표정 하나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소설 삼체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삼체 초반부에는 그런 장면이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입자 가속기가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데이터들이 어떻게 변인을 주어도 무작위 값만이 나옵니다. 연구가 무의미해지는 것이죠. 삼체에서는 사실, 아 혹시 읽으실 분이 계신다면 귀를 잠깐 막아주십시오. 큰 스포일러니까요. 예, 귀를 다 막으신 거 같으니 말씀 드리면 무려 외계인의 소행이었습니다. 신이 아니라 외계인이 주사위 놀이를 했다는 거죠."

"이봐.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말 끊지 마십쇼."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뭐냐는 거야. 우리가 도대체 왜 여기 앉아 있어야 하는지 설명이나 해보게."

"싫다면 나가셔도 좋습니다. 얼마 안 남았으니까."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한 것일까? 천재만이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인가? 결국 누구도 연구원A를 설득치 못하고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져 나간다.

 

"이해하기 어려우시겠지만, 핵융합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초전도체 부분이 아닙니다. 초전도체가 적정 온도까지 발전시키고 나면 핵융합을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랜덤성이었습니다. 얼마나 섬세하게 데이터를 설정하더라도 실패 여부가 완전한 무작위성으로 인해 결정 되는 겁니다. 거기서 저는 궁금했던 겁니다. '내가 모르는 어떤 다른 변인이 있나? 온도, 압력, 밀도, 화학 반응, 심지어는 시간, 차원, 그 어떤 이해할 수 없는 원리.' 장담컨데 저는 모든 변인을 다 넣어 실험했습니다. 그리고 결론 지었습니다. 우리는 벽에 도달 했다는 걸요."

"벽이라면 어떤?"

"불확정성의 원리는 신이 정해 놓은 법칙입니다. 아니, 그 뒤에 무언가 있을 수 있겠죠. 신만이 아는 완벽한 입자의 규칙, 움직임. 다만 저는 증명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그 뒤에 있는 신만이 아는 법칙은 인류가 어떤 짓을 해도 알 수 없다는 걸요. 신이 정해 놓은 겁니다. 이 이상 너희는 이해할 수 없다. 더는 도달할 수 없다. 너희들의 상상은 그저 공상에 불과할 것이다. 인간은 이제 호기심 따위 가질 수 없다."

"...그러니까."

"예. 5차 산업혁명은 없습니다. 수학적으로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타키온의 존재가 부정 되어 시간 역행이 불가능하듯, 빛의 속도를 넘는 물질이 존재할 수 없듯, 우리는 핵융합을 포함한 모든 기술적 발전이 점근하게 되어있습니다. 인류의 기술적 발전은 지수 함수 그래프가 아닙니다. 오히려 로그 함수, 아니면 분수 함수에 가깝겠습니다. 아주 조금만 넘으면 될 거 같은 그 벽을, 우리는 영원히 넘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 그 말은 자네가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다고 애기 하는 건가?"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연구원A는 씨익 웃었다.

 

"저는 모든 걸 이해한 겁니다. 멸망하지 않는 방법은 있었습니다. 거대 필터에 도달하기 전 빅 브라더를 만들어 강력하게 통제하는 겁니다.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 인류가 서로 멀었던 그 때에 고정하여 정보를 통제했다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로그 함수 스케일의 한 점에 있으면 될 것을 미끄럼틀 타듯 내려가기 시작해버린 겁니다.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좀 얘기를 하게. 이렇게까지 얘기했다면 반전을 주려고 하는 거지 않나? 자네의 발표 방법은 익히 들어 알고 있어. 극적 효과를 주려 하는 거지 않나."

 

처음 핵융합 기술을 발표했을 때도 그랬다. 연구원A는 그런 폼 잡는 일을 좋아했던 것이다. 소설을 좋아하기에 그런 극적 효과도 좋아했다. 물론 그런 극적 효과는 연구비 지원을 타내는 일에 효과적이었다.

 

삑, 연구원A는 화면을 바꿨다. 화면에 나타난 글자를 본 사람들은 눈쌀을 찌푸렸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척 불쾌했기 때문이었다.

 

"반전은 없습니다. 이곳은 우리의 결말입니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기후 변화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비단 기후변화일 뿐일까요. 우리가 살아 남았다고 한들 우리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발전할 수 없었습니다. 우주가 결국 차가워지듯 우리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멸망 시켰을 겁니다. 인류는 언제나 그랬듯 답을 찾을 거라고 했나요? 틀렸습니다. 인류는 언제나 틀렸죠. 답 같은 건 한 번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틀리고 수정하고 틀리고 수정했을 뿐. 다만 이번이 유일한 정답입니다."

 

연구원A는 품 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과학의 종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탕!

 

화면에 피가 튄다. 연구원A는 쓰러지고 튄 뇌수가 방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충격적인 광경 앞에서 청중들은 새하얀 화면에 나타난 글씨와 연구원A의 시체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 Thank you for watching our science.

 

약 5분 뒤 연구원A와 함께 연구했던 모든 연구원들이 집단 자살했다는 소식이 문자를 통해 전해져 왔다.

 

청중들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다.

 

청중들 중 하나가 연구원A가 사용했던 권총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당신을 억제하십시오

당신은 야산에서 눈을 떴다. 당신에게는 피 묻은 칼 한 자루가 쥐어져 있고, 주변에 한 장의 종이가 보인다. 아무래도 조난당한 것 같다.

귀하가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분명히 현재의 상황이 혼란스러우실 것이라 예상합니다. 우선, 귀하가 저희 군사경찰의 1순위 사살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하셔야 합니다. 저희는 원래 강경한 방침으로 현 사태에 대응하려고 했으나, 각 시민단체와 언론의 반발로 귀하의 우선적인 사살보다는 체포 후 적절한 처벌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당국에서 귀하를 위해 배부된 절차서를 정확히 이행하시면 생환하여 &&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귀하는 현재 해리성 정체 장애를 앓고 계시며, 이중인격이 있으신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귀하는 질환의 발현 이전까지는 어떠한 범죄도 저지르지 않아 치료 이후 사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의료진들이 판단했지만, 귀하의 다른 인격은 살인, 식인, ₩&@ 등의 반인륜적 행위를 수없이 저질러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상자만 약 %%명에 이릅니다. 다행히도 귀하의 또다른 인격은 언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읽지 못하며, 이는 절차서의 제작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 절차서를 본 즉시, 하산해서 지도에 그려져 있는 산의 출구로 내려오십시오. 출구에는 많은 무장경찰들이 상황의 진압을 위해 있습니다. 그곳에서 체포 후 관할경찰서로 이송 조치하겠습니다. 당신의 정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해진 경로로 하산하셔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이 정해진 경로가 아닌 곳에서 당신을 마주하게 된다면 죄송합니다.
2. 절차서와 함께, 검은색 알약이 산에 뿌려졌습니다. 그 알약을 항상 소지하고 계시다가 의식이 흐려지거나 급격한 욕구가 든다면 바로 복용하여 주십시오. 이후 ##은 당국에서 수습해 드리겠습니다.
3. 어떠한 무기류도 소지하지 마십시오. 하산 도중, 무기를 든 채로 경찰과 마주하게 된다면 양쪽 모두에게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귀하를 도와주려는 존재이지, ?@가 아니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숙지하셔야 합니다.
4. 산의 입구와 출구는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지만, 혹시라도 등산객을 마주하게 된다면 당신에게 가까이 와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리십시오. 그럼에도 그들이 가까이 오거나, 당신의 손이 &&₩$하는 증세가 발생한다면 신속하게 알약을 섭취하여 그들과 하나가 되려는 스스로를 막으십시오. 저들은 야생동물이 아닌 문명인이라는 사실을 항상 숙지하십시오.
5. 하산 도중 좋은 냄새를 맡으신다면 이곳이 산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십시오. 산에서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냄새가 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피가 날 때까지 이마를 땅에 찧는 행위가 전두엽을 자극시켜 식욕을 억제시켜 줄 것입니다. 그럼에도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가고 싶은 욕망을 억누를 수 없다면 신속히 &&을 드십시오.
6. 저희는 당신의 생환을 오랫동안 기다릴 수 없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시고, 빠른 시일 안에 @@하세요.
7. 당신의 본능에 굴복하지 말고, 당신의 주체를 빼앗기는 것을 제발 막으십시오. 그것은 당신에게도 위험하지만, 저희 경찰들에게는 보다 지대한 위협입니다.
8. 장기간의 하산이 될 수 있으니 종종 산에 있는 나물을 채집해 섭취하셔야 합니다. 나물을 무작정 먹으면 입에 상처가 발생해 세균감염의 위험성이 있으니 뼈는 발라서 드세요
9. 마음껏 #‘AQ.? 하시고, @#₩&食% _%하셔도 좋으니 人을 드십시오.
##. 당신의 생존을 기원합니다.
당신은 알아들을 수 없는 무성의한 종이를 던져 버리고, 호신용 칼을 들어 생존을 위해 음식을 찾아나선다.

  

스무고개를 좋아하십니까?
환영합니다!

 

아래의 규칙을 준수하여 즐겁고 흥미진진한 스무 고개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1 )  예의를 지키며 게임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1-1 이 종이에 글씨를 쓰는 것 외에 다른 손상을 가하지 마세요.



1-2 고함, 난동, 자살 등의 행위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1-3 공손한 말투와 정갈한 서체를 권장합니다.







2 )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하세요.



2-1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없는 형식으로 질문을 하셨을 경우, 질문의 기회가 1회 차감되며 답은 드리지 않습니다.

 

예시문장 : 물고기는 어떤 빌딩을 좋아하나요?

 

→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닙니다. 




2-2 형식에 맞추었으나 내용 상 긍정, 부정을 명확히 할 수 없는 경우, 혹은 질문이 모호한 경우 "답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떠오를 것입니다.

 

예시문장 : 달은 아달록스의 뇌보다 무겁나요?

 

→ 그야 지금 외눈박이가 얼마나 배고픈지에 달려있겠죠!







3 ) 게임의 규칙을 준수하세요.



3-1 구비된 종이와 만년필을 사용해주세요. 



3-2 잉크는 구비되어있지 않으니 직접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3-3 20번의 질문 횟수를 반드시 명심하세요.



3-4 한 번의 질문 기회에는 하나의 질문만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답을 맞추거나 더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될 때까지 지속됩니다.



규칙을 지키신다면 저희도 당신을 존중하겠습니다. 

 

대답에 거짓은 없음을 기억하시고, 꼭 답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럼 스무 고개를 시작해볼까요?









참가자 A



첫 번째 질문. 

 

_이거 몰래카메라나 심리실험인가요?

 

→ 아니오.



두 번째 질문.

 

_혹시 제가 기억상실이나 지독한 숙취를 겪고 있는 것일까요?

 

→ 아니오.



세 번째 질문.

 

_당신들인지 누군지 저를 납치해서, 어떤 범죄행위나 그런 것에 이용하려는 건가요?

 

→ 답할 수 없습니다.



네 번째 질문.

 

_당신들이 저를, 그니까 평범한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납치했습니까?

 

→ 예.



다섯 번째 질문.

 

_저를 해치려는 목적으로 납치한 것입니까?

 

→ 아니오.



여섯 번째 질문.

 

_나갈 수 있는 조건이 뭡니까?

 

→ 



일곱 번째 질문. 

 

_나갈 수 있는 힌트가 이 흰색 방이나 종이에 적힌 규칙들 중에 섞여있습니까?

 

→ 아니오.



여덟 번째 질문.

 

_맞춰야 하는 것이 분류상 생물입니까?

 

→ 예.



아홉 번째 질문.

 

_동물입니까?

 

→ 예.



열 번째 질문.

 

_사람보다 큰 동물입니까?

 

→ 답할 수 없습니다.



열한 번째 질문.

 

_대부분의 경우에 평균적인 한국 성인 남성보다 큰 부피를 가지는 동물입니까?

 

→ 예.



열두 번째 질문.

 

_육식동물입니까?

 

→ 예.



열세 번째 질문.

 

_고양이과의 맹수입니까?

 

→ 아니오.



열네 번째 질문.

 

_수중 생물입니까?

 

→ 예.



열다섯 번째 질문.

 

_상어입니까?

 

→ 아니오.



열여섯 번쨰 질문.

 

_상어나 고래의 분류에 속합니까?

 

→ 아니오.



열일곱 번째 질문.

 

_제가 이름을 압니까?

 

→ 아니오.



경고! 종이를 손으로 내려치지 마세요.



경고! 종이를 손으로 내려치지 마세요.



손을 제거했습니다.




열여덟 번째 질문.

 

_정다ㅂ 외에 나가7ㅣ 가능?

 

→ 아니오.



열아홉 번째 질문.

 

_ㅗ

 

→ 



스무 번째 질문.

 

_이 재 ㅇㅓ케 됨?

 

→ 




게임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되어 중지합니다.











참가자 B



첫 번째 질문.

 

_잉크가 없는데요ㅠㅜㅠ 

 

→ 잉크는 구비되어있지 않으니 직접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질문.

 

_이거 몰카죠 근데 잉크없다구요ㅠ 

 

→ 잉크는 구비되어있지 않으니 직접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경고! 벽을 두드리지 마십시오.



경고! 벽을 발로 차지 마십시오.



경고! 벽을 발로 차지 마십시오.



경고! 벽을 머리로 두드리지 마십시오.



경고! 전신을 벽에 부딪히지 마십시오.



신체를 제거합니다.



게임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되어 중지합니다.











참가자 C



첫 번째 질문.

 

_제가 아는 것이 답인가요?

 

→ 예.



두 번째 질문.

 

_고유 명사이거나 7글자 이상의 글자수를 갖고 있나요?

 

→ 예.



세 번째 질문.

 

_사람 이름인가요?

 

→ 예.



네 번째 질문.

 

_제가 잘 아는 사람의 이름인가요?

 

→ 답할 수 없습니다.



다섯 번째 질문.

 

_제 가족이거나 한 달에 한 번 이상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의 이름인가요?
→ 아니요.



여섯 번째 질문.

 

_뉴스에 나올법한 정치인이나 과학자, 혹은 역사서 속의 이름인가요?

 

→ 네.



일곱 번째 질문.

 

_동양인 인가요?

 

→ 아니요.



여덟 번째 질문.

 

_미국이나 캐나다 사람인가요?

 

→ 아니요.



아홉 번째 질문.

 

_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유럽에서 많이 활동한 사람인가요?

 

→ 아니요.



열 번째 질문.

 

_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사람인가요?

 

→ 예.



열한 번째 질문.

 

_작곡가나 작가인가요?

 

→ 예.



열두 번째 질문.

 

_작인가요?

 

→ 아니오.



열세 번째 질문.

 

_차이콥스키나 라흐마니노프, 무소륵스키 중 한 명인가요?

 

→ 예.



열네 번째 질문.

 

_차이콥스키나 라흐마니노프인가요?

 

→ 아니요.



열다섯 번째 질문.

 

_정답은 무소륵스키입니까?

 

→ 답할 수 없습니다.



열여섯 번째 질문.

 

_풀네임을 말해야합니까?

 

→ 예.



열일곱 번째 질문.

 

_아주 친절한 게임이네요 도저히 기억이 안나요.

 

→ 



열여덟 번째 질문.

 

_누군가 또 끌려올지 모르겠지만 그 전 사람들이 말한게 다 남아있는듯하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서 씁니다.

 

→ 



열아홉 번째 질문.

 

_잉크는 없는데 피로 쓰셔야 하는 것 같고, 규칙에서 하지 말라는 것 절대 하지 마시고, 질문은 최대한 정확하게 하시고, 한 문장 끝나서 마침표 쓰면 자동으로 넘어가니까 주의하시고, 종이에 글씨 나타난다고 놀라지 마시고, 이거 실제 상황이니까 최대한 빨리 수긍하시고, 다음 질문까지 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A참가자보면 혹시 굶어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못하고 방치되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혹시 탈출하시면 010-****-0000으로 전화해서, 제 여동생이거든요, 안부 좀 물어봐주시고 사랑한다고 한 마디만 전해주시고요, 다음 질문 하기가 너무 두렵네요, 꼭 살아남아요.



스무 번째 질문.

 

_시발새끼들 진짜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네 하은아 미안해

 

→ 



경고! 바른 어휘를 사용해주세요.



게임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되어 중지합니다.











참가자 D



첫 번째 질문.

 

_정답은 "눈먼 ■■' ■■■의 콘클라베"입니다.

 

→ 정답입니다!



_문제가 너무 쉬운 것 같네요, 난이도 조정 부탁드립니다.




정답을 맞추어 스무 고개를 종료합니다.
 

 

달을 보지 마십시오

 

 

 

 

 

 

Software Software
44 Lv. 39662/40500EXP

이세계 가고싶은 뉴비입니다

 

 (최애)

 

유선이어폰

YUME II

Trn mt1

삼성 번들 이어폰

편의점 이어폰

 

 

무선 이어폰

Fiil CC PRO 2

 

케이블

MOONDROP CDSP

TRN T2 PRO (예정)

 

이어팁 

디비누스 벨벳 와이드보어

 

DAC

Jcally Jm7 (예정)

 

플레이어 

G8 ThinQ

아이리버 t70 

신고공유스크랩
나성행급행열차 나성행급행열차님 포함 3명이 추천

댓글 2

댓글 쓰기
profile image 1등
중간에 파란색 문은 비어있는데 뭘까요?
01:13
24.07.18.
profile image
Software 작성자
Gprofile
어라라 날아갔
다시 채워넣어야겠어요
저거 엄청재밌는데
01:14
24.07.18.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월 활동 이벤트 공지 및 상품 안내! 13 영디비 24.08.20.19:32 3298 +13
영디비에서 일해보고 싶지 않나요? 2 영디비 24.08.09.17:47 9857 +17
잡담
image
COCT 1분 전20:35 3 +2
잡담
image
purplemountain 1시간 전19:32 42 +4
잡담
image
XelloX 1시간 전19:28 41 +3
잡담
image
쏘핫 1시간 전19:25 31 +4
유머
image
Software 1시간 전18:54 110 +7
음향
normal
검은헬멧BH 1시간 전18:46 28 +4
음향
normal
사진쟁이 2시간 전17:45 102 +5
잡담
normal
eoeoe 2시간 전17:43 103 +6
잡담
image
청년 2시간 전17:38 64 +6
유머
image
청년 3시간 전17:13 157 +13
잡담
image
IIIIllIII 3시간 전17:12 80 +1
잡담
image
Software 3시간 전16:44 115 +7
잡담
image
COCT 4시간 전16:05 71 +6
잡담
image
eoeoe 4시간 전15:56 102 +5
잡담
image
마루에marue 5시간 전15:16 148 +5
잡담
image
purplemountain 6시간 전14:28 243 +6
잡담
image
오마이걸 6시간 전14:27 65 +6
음향
normal
하루하루열심히 6시간 전13:45 127 +5
IT
image
사진쟁이 7시간 전13:29 140 +9
잡담
normal
김백묘 7시간 전12:46 79 +4
잡담
image
세레빵 8시간 전12:26 85 +7
잡담
image
eoeoe 8시간 전12:13 459 +6
잡담
image
Gprofile 8시간 전12:10 166 +11
음향
image
오마이걸 9시간 전11:03 66 +5
잡담
image
판도라 10시간 전10:34 77 +3
잡담
image
청년 10시간 전10:04 92 +6
잡담
image
Plamya 10시간 전09:37 104 +10
잡담
image
eoeoe 11시간 전08:37 100 +5
잡담
image
COCT 12시간 전07:57 86 +4
잡담
normal
재인아빠 12시간 전07:38 4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