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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 Spaced

개미핥기 개미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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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엔 여름이 좋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방문을 닫았을때 느껴지는 저녁 전의 조도, 습도, 향냄새 그리고 사랑해 마지않은 미니컴포넌트와 곁에 마련된 테잎과 CD의 성소. 향뮤직의 직수입 폭리에 중삐리 용돈이 남아나질 않았지만 정체성의 요금이라 생각하면 큰 금액은 아니었습니다. 아파트에 살아보지 않은 소년은 볼륨에 대한 감각이 딱히 없었고 다이얼이 느슨하게 회전하며 창문이 덜덜 울리기 시작할 즈음이면 묘한 쾌감에 휩싸여 미칫듯이 웃었더랬죠. 그렇게 앨범 너덧개 뒤적이다가 질려 땀에 절여진 상태로 기어나오면 저녁 냄새와 거실 할멈의 담배 냄새가 뒤섞여 제 이마를 꼬집고는 소파 위의 어딘가로 내동댕이쳐지고 졸음이 쏟아지던, 그 여름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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